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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신병원에 대한 오해

큐탬버 2023. 10. 13. 20: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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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 서울 한 중학교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.
친구의 행동이 '거슬린다'는 이유로 들고 있는 물건을 이용해서 흉기처럼 친구에게 해를 가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..
그래서 다음주에는 가정에서 지내기로 했다고.





저는 프로토콜로 정말 위급할 땐 '응급실'로 가도록 안내합니다. 정말 심각하면 입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.

이 가슴아픈 일을 하는 이유는
자기 자신을 해하는 것도, 남을 해하는 것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사자, 그리고 함께 있는 주변 사람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데요.



전 오늘 그 소식을 듣고 난 후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. 지금도 덩치만 컸지 그 속은 영락없는 아이를 데리고 컨트롤 하고 진정시키면서도 괴물같이 변해버리는 금쪽이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, 그 무력감과 좌절감에 직면하고 있을 어머니가 생각이 나기 때문에요.

곁에 선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분노조절 못하는 아이일 뿐인데 밖에서는 위험인물이 되어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을 받아들이기도 정말 쉽지 않으실 것 같고요.

그 어머님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안내 역시

"위험이 감지되고, 아이가 자해/타해의 위협을 보일 때는 응급실로 데리고 오세요."

입니다.

이제는 덩치가 산 처럼 커진 아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고, 더 큰 위협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빨리 개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.

다음주에 나가서 아이를 만나게 될텐데, 그때 아이에게도 잘 얘기해줘야 할 것 같아요.

"너도 네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자제할 순 없을 때
나쁜 상황이 발생해서 너를 돕기 어려워지기 전에 최소한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응급실로 가겠다.
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너를 지키기 위해서야."
라고요...

또,
"너는 치료가 필요할 뿐이고,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"고.


정신병원에 가는 것에 대해 '우리 아이가 정신병자라는 말이냐?'생각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.
또는 아이가 그렇게 얘기합니다. "부모가 나를 정신병자 취급했다"고요.

그럴 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.  

우리는 먼 미래는 생각할지라도 당장 아이가 겪을 자신의 통제불가능한 상태와 제어할 순간을 놓친 이후 일어날 불필요한 상황에 대해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.
무엇보다, 아이도 자신이 '다른 사람들 해치는 사람'이 되고 싶진 않아합니다.
그리고 그 얘기를 사전에 아이와 충분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.

흥분상태에서는 듣기 어려울테니까요.


부모가, 선생님이, 의사가, 어른이
할 수 있는 모든 보호적 조치를 사용해서 너를 '보호'하고 '지키겠'노라고...


"선생님, 저는 저희 아빠처럼 될까봐 무서워요.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면 그 인생은 망하는 거잖아요.."

저번주에 만났을 때 아이가 하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. 그리고 저는 얘기했었죠.
가 나고 뭔가 답답해지는 것 같으면 얼른 얘기하라고...
그 순간이 다시 왔고,
아이는 그 타이밍을 놓친 듯 합니다.
그 타이밍을 잡기가 어디 쉬울까요.
한 걸음씩 연습하는거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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